근데 정말이지 그 책을 그 영화를 그음식을그색깔을그향기를그가구를그날씨를그날짜를그계절을그타일바닥을그벽지재질을그샷시를그계단너비를
왜 사랑하는지 설명하려면 내가 살아 온 인생을 얘기할 수밖에 없지
너무 많은 과거를 품고 있으면 미래로 갈수없대요
"기분장애 환자들은 우울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고 빠르게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들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 도박, 과도한 계획이나 상상, 과도한 투자, 과소비, 과도한 활동, 폭식, 자해, 약물 남용, 수면 박탈, 과수면과 같은 것들입니다."
-
"반면에 서서히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것들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기분으로 회복되어 그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면 규칙적인 생활습관, 산책, 운동, 요가, 스트레칭, 명상, 대화, 독서, 무리하지 않는 현실적인 계획과 같은 것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지금 우리가 20세기에 사람들이 상상하던 바로 그 디스토피아를 살고 있구나, 하는. 빈부격차와 층층이 계급은 공고해지고 하층민들은 안전하지 않은 노동을 하다 죽어나가고, 기술 발전은 우리를 자유케 한 게 아니라 기이한 딥페이크로 가짜뉴스와 성범죄가 판치는…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라고 생각해보세요
실패를 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하면 됩니다.
항상 실패하는 것이 삶입니다
우리의 마음들은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좋은 마음도 나쁜 마음도 그렇게 자주 사라진다.
사랑할 때는 모든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고
슬퍼할 때는 모든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 차며
두려워할 때는 모든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
우리의 마음은 뜻하지 않게 변화하지만
칸막이가 없는 한 개의 그릇으로 된 탓에
골고루 마음을 나누어 담지 못한다.
그 마음들을 우연히 구분 지어 담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많이 담긴 마음으로 물든다.
외로움이 이는 것은, 그 어떤 (특정한) 타자를 향해 열려 있는 존재론적 개방성 탓이다. 바위는 외롭지 않고, 나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먼저 타자를 향해 열려있을 때, 외로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방성을 매개하는 것이 마음이라면, 관계란 결국 마음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마음 없는 ‘관계’를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지. 돌무더기가 한 데 뭉쳐 있고, 코스모스가 한 데 피어있다 해서, 그 무심한 관계를 우리가 관계라고 부르는지를.
사이가 좋거나 나쁘려면, 먼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굿판은 요란했지만 물은 성불하지 못하고 하천에 남았다.
마을 이장이 불렀다는 무당은 가짜였고, 무당과 이장은 마을사람들에게서 걷은 돈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물을 물에사는 그것, 혹은 그냥 그것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이라는 지칭은 영 애매하고 찝찝하다는 이유로 언젠가부터 그냥 물이라고 싸잡아 부르게 되었다.
"저 물은 불길해."
하천은 그렇게 버려졌다. 부르는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몹쓸 것이든, 그것이든, 저것이든 어떻게 불리는지는 다시 상관없어졌다.
게다가 물은 물이라는 이름이 나쁘지 않았다. 몹쓸 것보다는 물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이었다.
/습지의 사랑 中
"내 옆에 눕지 마. 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할 수도 있잖아. 내 방 가서 자."
"상관없어. 좀비가 되면, 엄마 꼭 물어 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진심이야. 꼭 물어야 해."
엄마가 이불째로 주연을 꽉 껴안았다. 주연은 코를 훌쩍이다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엄마에게 안겨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주연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엄마가 이를 갈며 자고 있었다. 감은 두 눈과 입매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주연은 손을 들어 엄마의 얼굴을 더듬었다.
…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아빠의 발등에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몸집이었을 때. 자정을 넘기지 않은 시간에 적당히 취한 채 들어온 아빠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엄마가 건넨 꿀물을 마시고는, 주연을 와락 껴안아 들고 "비행기 타기!" 를 외치며 흔들었다. 그럼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처럼 웃었다.
아빠가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자신은 또 아장아장 기어 아빠의 발목을 껴안고 발등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새끼 나무늘보처럼. 아빠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큰 보폭으로 걸었다. 그러면 꼭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 자신은 또 깔깔 웃고,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모두가 웃었는데. 그런 날도 있었는데.
자고 일어났을 땐,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엄마는 또 말했다.
"괜찮아 주연아. 엄마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았다. 주연은 엄마 앞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안나가 남자를 향해 빙긋 웃었다.
남자는 커다란 위성들 사이에서 초라한 안나의 셔틀이 파편들을 피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실수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금세 산산조각 나버릴 것 같은 작은 몸집이었다.
낡은 셔틀에는 아주 오래된 가속 장치와 작은 연료통 외에는 붙어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나는 곧 파편이 없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이제 그녀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안나의 셔틀은 점점 속도를 높이며 지구로부터 멀어져갔다. 남자는 조종실 버튼에서 손을 놓았다.
문득 남자는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럼 이제 전기도 필요없고 에러도 안나는 혁신적인 지면인쇄 교과서가 등장할 것임
인생 참 덫없어요 라는 글을 보고 그렇군요...덫이 없다면 다행이네요 생각하는 중
근데 정말이지 그 책을 그 영화를 그음식을그색깔을그향기를그가구를그날씨를그날짜를그계절을그타일바닥을그벽지재질을그샷시를그계단너비를
왜 사랑하는지 설명하려면 내가 살아 온 인생을 얘기할 수밖에 없지
너무 많은 과거를 품고 있으면 미래로 갈수없대요
"기분장애 환자들은 우울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고 빠르게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들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 도박, 과도한 계획이나 상상, 과도한 투자, 과소비, 과도한 활동, 폭식, 자해, 약물 남용, 수면 박탈, 과수면과 같은 것들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지금 우리가 20세기에 사람들이 상상하던 바로 그 디스토피아를 살고 있구나, 하는. 빈부격차와 층층이 계급은 공고해지고 하층민들은 안전하지 않은 노동을 하다 죽어나가고, 기술 발전은 우리를 자유케 한 게 아니라 기이한 딥페이크로 가짜뉴스와 성범죄가 판치는…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라고 생각해보세요
실패를 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하면 됩니다.
항상 실패하는 것이 삶입니다
우리의 마음들은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좋은 마음도 나쁜 마음도 그렇게 자주 사라진다.
사랑할 때는 모든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고
슬퍼할 때는 모든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 차며
두려워할 때는 모든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
우리의 마음은 뜻하지 않게 변화하지만
칸막이가 없는 한 개의 그릇으로 된 탓에
골고루 마음을 나누어 담지 못한다.
그 마음들을 우연히 구분 지어 담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많이 담긴 마음으로 물든다.
/서로 아껴 주는 마음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저는 괜찮아요.
끝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요.
'무' 가 없으면 '유' 도 없으니까요.
이것 좀 봐.
나무가 다친거야?
아니,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무슨 일?
사실 이 가지는 다른 나무에서 왔어.
진짜?
응. 그런데 이제 이 나무의 일부가 되고 있지.
정확히 일부는 아니잖아. 그런 척 하는 거지.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니까.
아,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이리 와 봐. 이미 붙은 가지를 찾아보자.
외로움이 이는 것은, 그 어떤 (특정한) 타자를 향해 열려 있는 존재론적 개방성 탓이다. 바위는 외롭지 않고, 나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먼저 타자를 향해 열려있을 때, 외로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방성을 매개하는 것이 마음이라면, 관계란 결국 마음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마음 없는 ‘관계’를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지. 돌무더기가 한 데 뭉쳐 있고, 코스모스가 한 데 피어있다 해서, 그 무심한 관계를 우리가 관계라고 부르는지를.
사이가 좋거나 나쁘려면, 먼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이미 그레고르의 눈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두 손을 아버지의 목을 감고 그레고르를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 83p
음악이 이토록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그래도 내가 벌레인 걸까?
- 102p
각 층의 꼬부라지는 계단 모퉁이를 돌때마다 그들은 사라졌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들은 잠자 씨 가족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 118p
굿판은 요란했지만 물은 성불하지 못하고 하천에 남았다.
마을 이장이 불렀다는 무당은 가짜였고, 무당과 이장은 마을사람들에게서 걷은 돈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물을 물에사는 그것, 혹은 그냥 그것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이라는 지칭은 영 애매하고 찝찝하다는 이유로 언젠가부터 그냥 물이라고 싸잡아 부르게 되었다.
"저 물은 불길해."
하천은 그렇게 버려졌다. 부르는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몹쓸 것이든, 그것이든, 저것이든 어떻게 불리는지는 다시 상관없어졌다.
게다가 물은 물이라는 이름이 나쁘지 않았다. 몹쓸 것보다는 물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이었다.
/습지의 사랑 中
"내 옆에 눕지 마. 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할 수도 있잖아. 내 방 가서 자."
"상관없어. 좀비가 되면, 엄마 꼭 물어 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진심이야. 꼭 물어야 해."
엄마가 이불째로 주연을 꽉 껴안았다. 주연은 코를 훌쩍이다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엄마에게 안겨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주연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엄마가 이를 갈며 자고 있었다. 감은 두 눈과 입매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주연은 손을 들어 엄마의 얼굴을 더듬었다.
…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아빠의 발등에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몸집이었을 때. 자정을 넘기지 않은 시간에 적당히 취한 채 들어온 아빠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엄마가 건넨 꿀물을 마시고는, 주연을 와락 껴안아 들고 "비행기 타기!" 를 외치며 흔들었다. 그럼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처럼 웃었다.
아빠가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자신은 또 아장아장 기어 아빠의 발목을 껴안고 발등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새끼 나무늘보처럼. 아빠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큰 보폭으로 걸었다. 그러면 꼭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 자신은 또 깔깔 웃고,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모두가 웃었는데. 그런 날도 있었는데.
자고 일어났을 땐,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엄마는 또 말했다.
"괜찮아 주연아. 엄마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았다. 주연은 엄마 앞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 中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안나가 남자를 향해 빙긋 웃었다.
남자는 커다란 위성들 사이에서 초라한 안나의 셔틀이 파편들을 피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실수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금세 산산조각 나버릴 것 같은 작은 몸집이었다.
낡은 셔틀에는 아주 오래된 가속 장치와 작은 연료통 외에는 붙어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나는 곧 파편이 없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이제 그녀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안나의 셔틀은 점점 속도를 높이며 지구로부터 멀어져갔다. 남자는 조종실 버튼에서 손을 놓았다.
문득 남자는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